요즘 다소 헐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마침 해도 바뀌어 새로이 마음가짐을 다지고자 일출을 볼 생각을 하였다.

해돋이를 얼마나 좋게 볼 수 있을까?

궁금해서 일기예보를 확인하였다. 물론 안개의 유무와 구름의 상태가 궁금해서이다.
그런데 뜻밖의 예보를 접했다.

추위가 절정에 달하여 서울은 영하 8도, 바람도 불어서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란다.

그렇지만, 구름과 안개가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어 추위 따위는 내 발목을 잡지 못했다.
옷을 한 벌 더 껴입어야겠다는 생각만 잠시 했을 뿐이었다.

어두운 밤거리를 나서서 지하철에 올라 그나마 가깝고 시간상 무리 되지 않는 상암의 하늘공원에 올라갔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는 몰랐지만 하늘공원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불어났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정상의 좋은 장소를 선점하려고 내 발걸음은 빨라져만 갔다.
동행인이 없는지라 페이스 조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마음 놓고 서두를 수 있었다고 위로해본다.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걷는데 차가운 공기가 어느새 시원한 봄바람 같았고, 다소 딱딱한 촉감의 내 청바지는 어느새 츄리닝마냥 보들보들하게 느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상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과 KBS방송사의 생방송 촬영 등으로 상당히 북적거렸다.
(인상깊었던 부분은 KBS 출연스태프 중 북채를 잡고 있던 한복을 입은 여자분의 상의는 민소매였다. *.*)
시끌벅적하여 연예인의 얼굴만 잠시 확인하고, 뒤로 한 채 좋은 자리를 선점하러 장소를 옮겼다.
다행히 조금 일찍 도착해서 나름대로 상당히 만족하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다.
일출 시각이 서울은 오전 7시 47분임을 확인하고 하늘공원에 올라갔다.
그런데 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확인한 일출 시각은 서울에서 가장 빨리 확인 가능한 시각을 말하나 보다. 그러니까... 강동? (내가 위치했던 하늘공원에는 52분 정도에 일출이 시작됐으니까)

일출이 시작됐다.
안개도, 구름도 없는 그 해오름의 현장은 굉장했다.
해오름이 왜 해오름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줌렌즈를 통해 봤을 때 태양의 외곽이 이글거리는 형태는 영화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예술이었다.
떠오르는 태양에 감동하며, 새로이 각오를 되새기며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데, 어느 순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야 비로소 바람이 상당히 차다는 것을 뒤늦게 생각이 났다.
입김을 불어도 손이 녹지 않았다. 두 손을 비벼보려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드는 생각은..

이 순간에도 빠르게 떠오르는 태양을 한 장이라도 더 찍어야 하는데.

결국, 감각이 없는 데로 일단 셔터 쪽에 손가락을 위치한 후 연사하였다.
이 순간의 경험만큼은 사진을 많이 찍어보지 못한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사진 초보다. 손은 잠시 후에 녹이고 일단 이 순간부터 담자.

나중에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찍은 사진들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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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이 끝난 후 손을 녹이며 하늘공원을 내려왔다.
짝지와 함께 해돋이를 본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살짝 보내며 내년을 다짐하였다. (나도.. 불끈!)
또한 몇몇 준비물이 필수로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했다.

따뜻한 옷(기본), 모자(옵션), 목도리(옵션), 귀마개(옵션), 장갑(필수), 플래시(옵션), 보온병 안의 뜨거운 커피(선망의 대상)

잊지 말고 내년에는 챙겨가야지. 그때는 산으로 가보고 싶다.
산으로 간다면 땀으로 젖을 테니 흡수를 잘하는 면내의는 피해야 한다. (는 것을 스펀지에서 봤다.)

2008년 첫 태양을 바라보며 각오하며 마음을 다진 이 순간을 의미 있게 하도록 노력하여 알찬 결실을 맺고 싶다. 맺어야만 한다.

덧글 :
특이한 사람을 봤다. 일출이 늦어져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데 어떤 젊은 남자가 외치고 도망가더라.

오늘 해는 서쪽에서 뜬다.

잠시 그 일대는 웃음바다가 됐다. ㅎㅎㅎㅎ

2008/01/01 17:36 2008/01/01 17:36